|
어제 낮에 관보 강행 소식을 듣고, 그리고 경복궁 쪽의 얘기를 듣고,
술 사주신다는 광고팀장님의 유혹도(심지어 저번주부터 내가 조른 것이었는데!) 뿌리치고 칼퇴근하고 경복궁으로 갔다. 하지만 8시 다 되어 도착하니 사람들은 없고 전경들이 인도를 빙 둘러싸고 있어서 대치 상황이 계속되었다. 바로 옆의 해괴한 우동-돈카츠 체인점에 가서 그 불친절함과 이상한 서빙 시스템과 이상한 맛에 경악하며 대충 배를 채우고, 20분 정도 더 구호를 외치다 동행인과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경복궁역에서 정부청사 쪽으로 가서 세종문화회관 뒷길로 향해 갔다. 예상대로 이 뒷길에서 광화문 쪽으로 가는 길들은 전경들이 전부 막아서 시민들이 항의하며 화를 내는 모습들. 그나마 사람들이 몇 명 사잇길로 가길래 따라 나섰다. 그러다 어리버리 가다 보니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을 둘러친 닭장차들의 뒤쪽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사이에 서 있던 경찰들은 적잖이 당황하며 '이 쪽으로 오셔도 교보문고 방향이나 청계천, 종각 쪽으로는 못 나가십니다' 라고 외쳤다. 그러자 맨 앞쪽의 노신사 두 분이 통행권 등을 말하며 그럼 도대체 어떻게 가야 하냐고 항의하셨다. 경찰 관계자들은 오던 길로 돌아가셔서 빙 돌아서 가시던가,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광화문역 입구로 들어가신 후에, 역무원에게 말하면 돈을 내지 않아도 통과시켜 주니 플랫폼을 통해 반대편 개찰구로 나가시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결국 우리들은 다시 돌아와서 조금 걸어서 광화문역 입구로 들어가서, 다시 한참 빙빙 돌면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공익근무요원에게 말하고 다시 걸어 내려가 플랫폼으로 가서, 플랫폼 끝에서 끝으로 걸어간 후, 다시 계단을 올라가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개찰구를 빠져나오고 다시 계단을 올라서 가까스로 교보빌딩 앞에 나올 수 있었다. 직선거리 100미터 안되는 거리를 15분 가까이 땀흘리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엄청난 비효율이라니;;;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닭장차들 뒤편에서 본 광경들이다. 일단 이순신 동상 앞과 그 옆쪽을 빙 두른 닭장차들만 해도 얼핏 30여 대. 거기에 그 사각형 안에도 20대 정도의 닭장차들이 있었다. 이들은 전경차량 끌어당기기에 대비해 각 차량끼리 로프로 단단하게 묶고 있었다. 이건 다들 아는 얘기일 것이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 로프 뿐만 아니라 강철 와이어로 묶은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띄였다. 그리고 이 닭장차 스크럼 안에는 큼직한 크레인차가 지지대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강철 와이어가 주변 닭장차들에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각종 와이어와 로프가 광화문 대로변의 가장 큰 나무들 몇 개에 연결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맹박산성 고정작업에서 보였듯이, 아스팔트 바닥에 고정구를 때려 박아서 와이어를 연결해 놓았다. 그야말로 철통방어. 이렇게 되면 이 스크럼 앞에서 아무리 굵고 긴 동아줄을 준비해, 수 십, 수 백 명의 시민들이 당긴다 해도 닭장차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닭장차 한 대를 가볍게 잡아 3톤이라고 해도, 20대 연결되면 60톤, 여기에 크레인차가 후방에서 붙잡고 있으며, 아스팔트 바닥에 와이어를 연결해 놓았으니, 시민들이 끌어당겨야 하는 필요중량은 물경 100톤을 훌쩍 넘길 것이다. 대책위 등에서 한 1킬로미터짜리 초특대 동앗줄을 조달하지 않는 이상, 시민 100명 정도가 매달려 끌어당긴다 해도 쉽사리 저 스크럼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 100명을 1명당 잘 쳐서 80킬로라고 해도, 겨우 8톤이다. 이 8톤이 곰같은 힘으로 명당 3배의 힘을 내도 24톤이다. 닭장차 8대 분량밖에 안 된다. 그렇기에 해 봐야 방향이 조금 틀어지는 정도다. 경찰들도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며, 길거리에 초대형 고정구를 때려 박아 가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제는, 적어도 광화문 앞에서는 좀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괜히 시위 2.0이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경찰보다는 더 능동적이고 재기 넘치는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 같다. PS : 아. 물론 새문안교회 옆 등 수십 대의 스크럼이 불가능한 곳들은 예외다. 참고로 나도 어젯밤 그 쪽에서 로프 땡기다 와서 아직도 손바닥이 따갑고 팔과 등허리가 쑤신다;; 아이고 아이고 늙었어 OTL (이 PS는 행여나 나보고 프락치네 뭐네 하는 사람들이 ㅎㄷㄷ해서 쓰는 거다, 난 좀 소심해~)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봉자 무슨사연인진 몰라..
by n양 at 10/13 저의 레이나도 까이나요 .. by 사잔모닝 at 10/13 입빠이 키타이~♬하겠.. by 새우구이 at 10/10 미츠이는 당근 7. 모닝구.. by 건전유성 at 10/08 너무 오래되어서 아오안. ㄳ by 건전유성 at 10/08 부러운 건 몰라도 존경할.. by 건전유성 at 10/08 제가 만난 삭호는 천사!!... by amanzo at 10/08 까는김에 후쿠다도 좀(.. by 빠나나푸딩 at 10/07 코하루 먼저 ㅎㅇㅎㅇ by eruhkim at 10/07 무게가 정말 맘에 드네. by luxferre at 10/07 라이프 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