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고 지겨운 정치적 기다리기

진보신당은 대안이 아니다.

덧글에 쓰다가 길어져서 트랙백.
요런 글에 트랙백 하는 게 참 얼마만인지.
저 본 글의 덧글 초반에 단 내 덧글처럼, 이번 총선에서 딴나+친박 등이 200석 넘게 먹으면 쓰려 했던 글이 있다.
그 글의 일부분을 미리 풀어 낸 격이다. 덧글에다가 바바박 애드립으로 쓴 것이니,
다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러니 뭐 구멍 숭숭이고 의식의 흐름 기법이긴 하지만 그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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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비지론 때문에 노무현 당선되고, 권영길 씨나 민노당 등의 득표율이 지지부진했던 걸
아직도 억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걸 억울하게 생각했고, 이제 비지론은 지겨운데,
그게 별로 없었던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득표율은 어떨까? :-)
지난 5년동안 뭘 했길래 이명박이 이렇게나 큰 득표차로 당선되었지?

아무리 진보의 지분이니 비지론이니 뭐니 분노해 봐야, 실질적인 정치에서,
실질적인 정책을 펴고 예산을 따 내는 부분에서 의석이 없고
득표율이 바닥이면 현실적으로 공허하고 거대한 DDR일 뿐.

지난 10년간 그토록 대안이라고, 참 진보니 하며 제 표를 받아 갔던 민노당은 어땠을까?
종북주의자들 때문? 뭐 상당 부분 그렇긴 하겠다.

하지만 애초에 그걸 끌어 안고 당을 만들었던 것도 진보진영 인사들이고,
그 조막만한 당 하나 수습하고 봉합하지 못한 것도 소위 진보진영이다.
그게 더럽든 깨끗하든 정치적인 능력이라는 거고,
그걸 못 한다는 건 현실 정치에 발을 담그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상당한 결함을 가졌다는 것이다.
막말로 한나라당 안에도 정형근, 전여옥부터 시작해 이재오나 김문수 같은 인간들까지 있다.

그런 걸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웃기지 마라.
그게 하기 싫으니까 맨날 자신들이 그토록 바보 취급하고 경멸하며 씹어 대는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치이고 듣보잡 취급을 받는 거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건 유능한 진보 '정치인'이지, '운동가', 이론가'가 아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희망이니 순결이니 하는 구호만으로 내 표를 던져 줘야 하는가.
내가 선거권을 가지기 시작한 후로 이번이 4번째 총선이다.
그 지난 3번의 기간, 12년이 지나는 동안 진보 진영은 도대체 나에게 뭘 보여줬는가.
지난 총선에서 일정 지분을 얻어서 그렇게 기뻐했건만, 12년이 지난 후에 다시 분당해서 또 다시 제자리일 뿐이다.
언제까지 남의 탓, 외부 요인, 어리석인 대중들의 탓만 할 건가?
난 이젠 좀 제대로 된 정치적인 결과물을 받아 보고 싶다.
총선은 학교 학생회장이나 시민단체 회장 뽑는 선거가 아니다.


바보같고 이해 안 가는, 한나라당을 무조건 찍는 사람들을 탓만 해 봐야 소용 없다.
인터넷과 활자 매체 안에서 우리들끼리만 자위탁탁탁 해 봐야 변하는 건 없다.
그 결과가 한나라당의 변함 없는 권세이고, 이명박의 당선이다.
먹물들과 진보들은 패배했고, 또 패배했다.
졌으면 패인을 분석하고 전술을 바꾸는 건 초등학교 축구부에서도 하는 일이다.

민주당 찍으라는 소리 아니다.
나도 결국은 9일 투표장에 가서 지난 3번의 투표와 비슷한 패턴으로 찍을 거다.
부디 '진보 진영 정신 차리고 현실을 봐라'는 소리가 '그럼 민주당 찍으라는 거냐' 하며
이상한 논리 펴며 물타기 하고 말꼬리 잡기로 빠지는 헛 똑똑이들은 없길 바란다.
그럴 사람들은 그렇게 영원히 자신들의 동호회 안에서 서로서로 DDR하길 권장한다.
맞다, 동호회다. 좀 똑똑하고 잘난 동호회.

지금이 무슨 프랑스혁명 시대나, 체 게바라가 콜록거리며 정글 헤집던 시대인가.
순결하고 고상한 사람들만 모여서는 현실 정치를 바꿀 수 없다.
도대체 나보고 몇 년을 더 기다리라는 건가.
8년 걸려서 민노당이 겨우 10여 의석 얻어 놨는데, 도루묵이 되었다.
또 한 12년 더 기다리라고? 그래서 또 10여 의석?

난 성질이 급해서 그런 거 싫다.
이왕 할 거 다 떨쳐 버리고 깨끗하고 상쾌하게 시작해야 한다라.
그 소리 12년 전에도 들은 것 같다.
또 12년, 아니 8년이라도 걸릴 거면 그 사이에 계속 한나라당은 활개를 칠 거다.
그 8년 후에 10~15석? 그리고 그 후엔? 또다시 도루묵 안 될 거라는 보장은?
더러운 꼴 참아 갈 '정치가'가 그 때엔 있을까? 정말?


도대체 나보고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화려한 이론과 수식어만의 '정치동호회'는 이제 슬슬 질려간다.
표 던져 놓고 자기만족하며 4년간 기다리기는 이미 질렸다.

난 진보 정치가를 보고 싶다.

by 건전유성 | 2008/04/05 11:24 | 일상무반사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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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OSH at 2008/04/05 13:01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요.
뭐 정말 답없는 명언인 것 같습니다.

당장 저라도 '파쇼를 이기기 위해 자기의 본 주장과 무관하게 집단주의를 택해야하느냐' 고 물으면 당연 반대합니다.
(운동권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Commented by young026 at 2008/04/05 13:18
부패해도 안 망하니 문제.-_-;
Commented by 건전유성 at 2008/04/05 16:01
진보는 분열해 망했고, 보수는 부패해도 성공하는 게 현재의 한국이죠...........
Commented by JOSH at 2008/04/05 17:05
OTL
Commented by YAKU at 2008/04/06 00:31
한국 역사가 아직 100년도 안되었어요. 전쟁도 아닌 부패로 멸망하려면 빨라도 100년은 걸릴테니까, 앞으로 한 40년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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